■ 시인의 말 까까머리 중학생 때 국어 선생님께서 교실 칠판에 ‘4월’이라고 시제를 썼다 그길로 문예반에 들어가 시 쓰겠다고 중앙시장으로 미호천으로 쏘다녔다
그리고 50여 년이 지나 지금 여기까지 왔다 부끄럽게도 첫 시집을 엮어 그대에게 보낸다
왕벚나무 그늘에서 2023년 여름 김종륭
■ 본문 중에서
*봄날은 온다 겨울이 머무는 공원 사거리 둥글게 접힌 그늘막 겉포장에 짧은 문장이 쓰여 있다
‘따뜻한 봄이 오면 다시 펼쳐집니다’
아, 봄 봄이라는 말을 보는 순간 첩첩산중 숨었던 봄이 금세 달려올 것만 같다
봄날에 그늘막이 다시 펼쳐질 때 둥근 그늘막 아래 모인 사람들 다같이 마스크 없는 맨얼굴을 환한 얼굴을 마주보면 좋겠다
*왕벚나무 그늘에서
아파트 화단에 자리 잡은 왕벚나무 한 그루 유월의 햇살 아래 제 몸만 한 그늘을 달고 까만 열매를 톡톡 떨어뜨리고 있다
가지 떠난 열매는 지난봄을 기억하는지 벚꽃 낭자하던 그 자리에서 한 폭 수묵을 친다
장맛비 내리고 투명 물감처럼 번지는 빗방울에 서서히 지워져 가는 수묵화
가을이 오면 바람에 지는 단풍잎으로 다시 그림을 그릴 것이다 한 폭 담채화를 그려놓고 쓸쓸히 서 있을 것이다 왕벚나무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