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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김현실
시집
국판변형/120쪽
2023년 9월 5일
979-11-6855-183-1
13,000원

■ 시인의 말


오래 담아왔던 말들을 더디고 더딘 걸음으로 간신히 모아 이제야 또 한 권으로 엮었다.
그러나 시집이 몇 권인들 뭐 그리 중요하랴? 정말 삶의 진수란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무엇일진대 나이 들면서 이 중언부언의 글자들에서 점차 해방되어 가는 게 진짜 시인의 모습 아닐까?
쓸수록 진심을 드러내는 일이 어렵고 적확한 시어에 닿는 일이 참으로 지난한 것만 같아 여전히 진짜 시인이 되기에는 멀었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렇기에 난 여전히 길 위에서 다시 길을 찾아 나선다.
가슴에 가득한 말들 제대로 다 풀어놓고 마침내 침묵에 도달하게 될 길을.



■ 본문 중에서



*이제야


다 넘어설 줄 알았다
흔들림 없이 무심히
그저 웃을 수 있을 줄
평생 걷던 일상에 익숙해 있을 줄
무서운 건 자신밖에 없을 줄
알았다
나이 들면


어설픈 부엌과
더 어설픈 책상 사이
엉거주춤 비틀댄 채
사방의 눈치 보며
시간만 노려보다가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걸
넘어지면 여전히 일어나 다시 걸어야 한다는 걸

다시,
새해



*계절의 잔치


숲속엔
아카시아 찔레꽃 하얀 향기
오월을 흩뿌리며 날아다닌다


송충이 자벌레 어린 사마귀마저
여리디 여린 작은 몸으로
난생 처음 햇빛 그물 타고
걸음마 시작하는데


아직 연두를 잃지 않은
나뭇잎 사이로
부신 햇살 안고
숨길 고르는 걸음 따라


다시 예뻐지고 순해지는
마음

시인의 말


1부  시간의 말


이제야 
새 화장대 앞에서 
1월의 끝에서 
숨어있는 계절
삼월의 표정
봄맞이 의식(儀式) 
탄천에서 
꽃샘추위 
고단한 봄
개나리의 수치 
나만의 시제
계절의 잔치
안산, 자락길 
위험한 시간
폭염, 그리고 폭우
부서진 여름
늙은 나무의 꿈
맛으로 오는 계절
가을 빗소리
10월이… 
결심이 흘러가는 곳



2부  공간의 발견


시간의 사치를 누리다
첫 유럽 여행 일지 
뮌헨에서 
백야의 일몰
아이슬란드 해벽 앞에서
넓어진 시간의 땅
여행의 속도 
여주 여행
3월, 오대산 
도시의 천변 
여름 숲을 걸으며
연기암 가는 길
배롱나무
다도해의 발견
억새의 노래



3부  일상의 얼굴


명절 1
명절 2
명절의 끝
청소년 농악대
가벼움의 미학 
습관의 힘 
오래된 오해
또, 불면 
1층의 마음
몸의 밤
죽음의 기억 
업보
어떤 산책 
요양병원에서
섬망(譫妄)



4부  관계의 틈새


행복의 실체
또 다른 변신
수다 
오빠를 보내며
해후 
아직, 늦지 않은 
‘함께’라는 것
대화의 벽
비대면의 대화
장롱의 말 
오래된 부부 1
오래된 부부 2
타인
결혼기념일 
‘우리’의 40년
존재를 잇다
내가 궁금한 건
말의 걸음마
아이의 시간



5부  바이러스의 시간


보이지 않는 침략
삼시 세끼
새로 온 세상
발견
기다림
마침내
종점
행복한 격리
아름다운 침략


해설 - 일상을 품은 시간의 주름 - 황도경(문학평론가)

김현실


경기도 이천에서 태어났고, 이화여대와 동 대학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했다. 문학을 학문으로 연구하다 2003년부터 시를 썼으며, 2005년 『문예운동』 여름호를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는 『수백 년 걸어온 나무들에겐 아무것도 아니다』(2011, 시평사), 『가볍게 담을 넘다』(2017, 문학나무), 『이제야』(2023, 청어출판사)가 있고, 산문집으로 『아이슬란드 가족여행, 젊은 지구를 걷다』(2020, 한솜미디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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