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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꽃
이화리
소설집
4*6판/280쪽
2023년 9월 20일
979-11-6855-185-5
16,000원

■ 작가의 말


나는 지방에서 활동하는 촌년, C급 작가다.
그래서 촌이야기를 촌말로 썼다.
무릎을 꿇어야 잘 보이는 채송화 같은,
낮은 이야기가 쓰고 싶었다.
내가 아니면 쓸 수 없다는 자만이 여간 과하다.
쓰레기 양산 안 하려고,
20년간 준비해 첫 책을 낸다.


2023년 8월 염천
경주 자옥산



■ 본문 중에서


도덕산(道德山)이 붉다. 산 이름에 ‘도덕’이 들어가는 건 경상도 지방의 완고한 유교문화 까닭일 것이다. 도덕이란 인륜의 바탕이며, 마땅히 지킬 도리로 규범되었다. 특히 여성에게만 강요되던 부도덕의 질책은 견고하고 잔인했다. 활활한 산등성이를 달래듯 소나무들이 군데군데 다독이지만, 가을은 날이 갈수록 제 몸에 겹다.
하루를 여는 아낙들의 첫 두레박질은 조신스러웠다. 새벽 어스름 빛을 더듬어가며 밤새 흐트러진 쪽머리를 참빗으로 빗어 비녀를 꽂은 후 문지방을 넘었다. 다른 식구들이 깰세라 살며시 내디딘 걸음으로 소리 없이 두레박을 내렸다. 집에 일하는 이가 있어도 이 일은 주로 안주인 몫이었다.
마치 유치가 돋는 잇몸처럼 구겨 앉은 팔다리가 근질거리고, 마당을 넘어오는 새소리에도 가슴 속에 이랑이 일고, 추녀에서 댓돌 아래 구르는 빗방울 소리도 가슴을 적신다. 한숨이 자주 터지고, 본 적도 없는 어머니 얼굴을 새겨보느라 자주 사진첩을 열었다. 색이 누런 단 한 장뿐인 결혼사진 속 새끼손톱보다 작게 희미한 윤곽의 여인은 아무리 보아도 낯설다. 그 낯설음은 늘 상금 스스로 천애의 고아임을 재확인한다. 누가 몰래 뚫은 듯 가슴에는 맞바람이 지나간다.

몸을 섞진 않았지만 혼례를 올려 엄연히 남편의 자리에 있었건만 자신은 매사 너무나 소극적이었다. 낯선 시집살이에서 연이가 느낄 고충을 알면서도 짐짓 못 본 척 외면했다. 비겁함에 관한 호야의 자책은 잘 벼른 송곳처럼 깊이 아팠다.

농악대 악기 중 가장 큰 울림을 내는 징은 혼자서는 소리를 내지 않는다. 누군가 그 숨은 징채를 빼앗아 치면, 번쩍번쩍 동네방네 소문으로 퍼져나가고, 상금은 일생 불행 속에서 살아가야 한다. 대보름 밤 달빛 아래, 어느 가여운 달꽃 비밀 하나를 위해 갑산댁은 이튿날부터 장독 위에 아침저녁 정화수를 올렸다.

작가의 말 4


제1부 
달꽃무리 7


제2부 
달의 시간 77


제3부 
물속의 달 137


제4부 
달꽃마중 205


참고문헌 279

이화리


2002년 제14회 신라문학대상 소설 부문
「엄마 말, 사전」 당선
2013년 경주문학상 수상
2015년 불교신문신춘문예 동화 부문
 「대성이」 당선
2016년 경북문협작품상 수상
2019년 경주예술상 수상
2023년 『달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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