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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 춤
윤중리
신국판/240쪽
신국판/240쪽
2024년 3월 20일
979-11-6855-234-0
16,000원

우리 소시민들의 삶이란 한낱 ‘그림자 춤’이 아닐까?
허상을 뒤쫓는 우리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탐구하며
사랑과 이해를 통한 인간 본성의 치유를 꿈꾸다


연작소설 『그림자 춤』은 개개의 단편이 하나의 구조적 연합을 이루는 연작 형식이다. 주인공 영근과 친구 상수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는 경석의 말을 통해 시작된다. 경석은 돈을 낭비하고 회사를 망하고 삶에서 좌절하면서 현실을 그림자 춤으로 비유한다. 영근은 이를 통해 소시민들의 삶을 반추하고, 그들이 어떻게 영혼의 공허함을 겪고 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의 눈에 비친 세속의 현상은 허상의 빈 껍데기일 뿐이며, 이는 종이비행기의 비유를 통해 더욱 명확해진다.

“우리 어릴 땐 비행기는 아무나 타는 게 아니었어. 특별한 사람들, 부자나 지위가 높은 사람이 타는 거였어. (…) 초등학교 다닐 때 종이비행기 만들어서 창밖으로 날리다가 자주 선생님한테서 꾸지람을 듣곤 했는데 그게 다 그런 의미가 있었던가 봐. 지금 생각해 보니까 내가 개성공단에 들어간 것도 그 비행기 꿈을 위한 거였어. (…) 그런데, 내 비행기는 저녁놀 속으로 날아간 종이비행기였어. (…) 그러나 해가 서산을 넘어가자 그 황홀한 저녁놀은 스러지고 어둠만 천지를 덮었지. 요즘 내가 병상에 누워서 반성하고 상상하고 정리하고 한 생각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바로 이거야. 저녁놀 속으로 날아간 종이비행기. 애초에 탈 수도 없는 걸 탈 수 있다고 착각한 데서부터 각도가 빗나간 거지.”
―2화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간 종이비행기」에서

종이비행기의 허상을 좇아 그림자 춤을 추던 이들은 결국 현실의 장벽에 부딪혀 좌절한다. 이들은 모두 ‘그림자 춤’의 환상에 빠져있었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서 진실을 발견하지 못하고 ‘삶의 고통’에 빠져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 밀착하며 몸소 겪은 바를 반추하는 영근은 소시민들의 초상과 그 반성을 보여준다. 극단과 단절의 시대, 인간을 소통시키는 희망의 '다리'로서 사랑과 이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가 뼈아프게 깨달은 진실은 다시 찾은 박영숙의 카페 '다리'에서, 조용하고 사려 깊은 몸짓과 눈빛 속에 계속해서 이어질 것이다.



■ 본문 중에서

나는 머릿속이 온통 물 걱정으로 가득 찬 채 아파트 현관을 나와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를 탔다. 저녁에 있는 고등학교 동기회에 가기 위해서다. 그런데 설상가상으로 여기서 또 물 걱정을 하나 더 보태게 됐다. 이틀 후에 아파트 단지 전체에 물청소를 실시한다는 알림판이 붙어있는 게 아닌가? 물은 얼마나 들까? 매일 청소를 하는 아주머니들의 수고로 복도며 계단이 모두 깨끗한데 왜 또 물청소를 해야 하는가? 그것도 정원의 나무들이 시들어 비틀어지고 있는 이런 극심한 가뭄 속에서. 아파트 3단지까지 합하면 천오백 세대가 넘는데, 엄청난 물이 소비될 것이다. 차라리 그 물을 정원에 뿌려서 죽어가는 나무나 살리는 것이 낫지 않을까?
경석이의 유택, 베개만 한 오석 한 덩이가 전부인 그의 무덤은 마른풀 속에서 처량하다. 지난 가을에 이렇게 여기서 내려다보았던 마을 풍경은, 지금은 회색빛으로 엎디어 있다. 무채색, 명도만 있고 채도는 없는 회색은 색깔이면서 색깔이 아니다. 그것은 죽음의 색깔이요 침묵의 색깔이다.
실체는 따로 있는데, 자기의 춤사위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면서 흐느적거리는 그림자 춤.
지금 우리가 낙동강에서 유람선 타고 싶다는 건 단순한 놀이 감정만은 아니지 싶어. 슬픔과 아픔으로 점철된 이 나라 역사에 대한 애틋함이지.


그런데 김 선생님. 오늘 저녁에 나는 그 말이 단순한 허사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새로운 다리를 놓는다는 생각. 그러면서도 또 어쩌면 그 다리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다리’가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함께.
“온갖 수난을 참고 견디며 지켜온 이 나라 아닌가? 희망을 가지고 찾으면 해결의 싹은 있을 거야. 틀림없이.”
우리가 이렇게 노닥거리고 있는데, 우리 얘기를 알아듣기라도 한 듯이 우리 곁의 수풀 속에서 산새 한 마리가 포르르 공중으로 날아오른다. 우리의 시선이 그 새를 향한다. 그 위로 펼쳐진 하늘이 파랗다.

책 머리에 4
슬픔과 아픔, 그리고 몸부림


그림자 춤 8

저녁노을 속으로 날아간 종이비행기 26
그림자 춤·2

강은 거기 있었다 44
그림자 춤·3

한 번도 못 가본 나라 63
그림자 춤·4

무채색 낙화 81
그림자 춤·5

빈 배 99
그림자 춤·6

작은 흙더미 119
그림자 춤·7

금수회의록 139
그림자 춤·8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다리 158
그림자 춤·9

산, 나무, 새 176
그림자 춤·10

창과 방패 196
그림자 춤·11

착각과 망각 사이 214
그림자 춤·12


해설 233
영혼의 치유를 위해 환생한 우리 시대 구보의 세태 담론_윤정헌(문학평론가·경일대 교수)

윤중리
본명: 윤장근 (세례명: 가브리엘)


경남 합천 태생
경북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졸업
덕원고등학교 교사
대구가톨릭대학교 부설 영남교회사연구소 연구위원
흥사단 대구경북지부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소설가협회, 한국작가협회 회원
대구문인협회 소설분과장
대구가톨릭문인회, 대구소설가협회 회장
탄리문학상, 대구문학상, 대구예술상 수상
녹조근정훈장 수훈


소설집 『페스탈로찌 선생』 『유폐와 보석』 『내일은 너』 『칼과 장미』 『오렌지빛 가스등』
장편소설 『바람의 둥지』
산문집 『선생님의 편지』 『살며, 천천히』 『조금 더 높은 곳에서』
연작소설 『그림자 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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