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어머니는 내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셨다. 초등학교 3학년 때 글짓기 대회에서 장원을 하자, 함박웃음으로 기뻐하셨다. 지금은 편마비로 거동도 못하고 누워계신다. 그런 어머니께 기쁨을 드리고 싶어 아직 설익은 시집을 내놓으려 한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소중한 분들을 만나고자 한다. 한 발 한 발 조금씩, 시의 길로 나아가고자 한다. 더 늦기 전에, 이 여름이 가기 전에.
■ 본문 중에서
**놓쳐버린 버스
마지막 차가 떠났다 눈앞에서 놓쳐버린 버스를 허무하게 바라본다
하늘을 올려보니 하얗게 눈이 내린다 버스 떠나버린 빈자리에 눈꽃이 흩날린다
이제 삼십 분 거리를 눈을 맞으며 홀로 걸어가야 하리라
눈 펑펑 오던 지난 어느 날 그날도 눈을 맞으며 걸었다 유난히 추웠던 그 겨울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았던 아주 먼 길을
그 멀고 먼 길을 기적처럼 살아서 오늘도 눈길을 걸어간다 사람들의 발길은 이내 끊어지고 천지엔 눈송이만 내리고 쌓인다
그치지 마라 녹지 마라 너도 나처럼 보이지 않는 꿈을 향해 희게, 희게 몸 사르고 있느니 나와 함께 손잡고 어둠의 한 밤을 걸어가자
눈물 많은 세상 아름다운 눈물이 되어 저 길 끝까지 걸어가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