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문 중에서 *샘
습관처럼 하루를 살다가 지친 가슴 한 팔로 감싸 안아 늘어진 한 팔 버드나무 가지가 된다.
아스라하게 떠오르는 기억 집 가는 길 산모롱이 조용히 숨겨진 맷돌 한 장만 한 샘
구겨진 지푸라기 같은 얼굴로 하늘이 노랗게 보이는 날이면 지치고 배고파 늘어진 가방 던지고 다리 뻗고 몸 내동댕이치던 곳 가랑잎 한잎 두잎 떠돌던 퐁퐁 샘
밤마다 별빛 내려앉아 놀던 샘물 벌컥벌컥 마시며 뿜어내던 한숨
어느 순간 들길 산길 지워진 지도 속에서 너도 있던 자리 잃어 무척이나 방황하였겠지. 네가 먼저 목말라 울었겠지.
지금은 콘크리트 바닥 손가락으로 후벼도 보고 주먹으로 두드려 뭉개도 보지만 부질없이 한숨짓는 기억 그리움으로 그 샘물 벌컥벌컥 마신다. 배 터지도록 별빛 모두 마신다.
*품에 안겨 너럭바위 베개 삼아 숲 그늘에 누워보니 솔바람 살랑살랑 아롱아롱 금빛 햇살 새소리 물소리는 한마음으로 노래하네.
마음이 가난하여 놓지 못한 근심 걱정 자연의 품에 안겨 욕심을 벗고 보니 비움과 겸손의 짝이 감사와 행복이네.
만상에 담긴 비밀 어찌 다 알랴 만은 넉넉한 이 마음이 자연의 축복이요 물아일체 하나 됨이 삼매요 해탈일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