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가의 말 한 잎 두 잎 흩어져 있던 꽃잎을 모았다. 한 묶음의 꽃다발이 되었다. 잡꽃이 될지 명꽃이 될지 나는 모른다. 내 손을 떠난 꽃은 이미 내 꽃이 아니다.
꽃의 운명에 맡긴다.
꽃묶음이 빛나도록 추천사를 써 주신 소설가 원종국 교수님께 머리 숙여 감사한 마음 전하고 창작지원금을 지원해 준 강원문화재단 그리고 묵묵히 기다려 준 청어출판사에게 고마움을 전한다. 성북동 민초뜰에서 글꽃·민초
■ 본문 중에서 그렇다. 산다는 것은 외로운 것이다. 죽는다는 것도 외로운 것이다. 살아있으면서 글을 쓰지 못하는 것은 더더욱 외로운 것이다. 지금 내가 그렇다. 그녀는 중얼거렸다. 빠르게 스쳐 가는 창밖의 풍경이 그녀의 생을 휙휙 휘감는 것 같아 가슴이 먹먹했다. 시린 물이 실핏줄을 타고 온몸으로 흘러 다녔다. (귀침초 중에서)
그해 봄, 나는 왜 졸고 있던 수선화를 그토록 오래 들여다보았을까. 여섯 개의 흰 꽃잎 속에 둘러싸인 노란 암술을. 나르키소스의 흉내를 내고 싶었던 것은 아닐 테고. 나는 손바닥 안에서 바싹 으깨진 은행잎 가루를 입으로 후, 불었다. 은행잎 가루가 허공으로 흩어졌다. 나는 눈을 감고 읊조렸다. 다 털어내고 싶어. 이 더러운 오물 찌꺼기. (열두 살, 그해 봄 중에서)
나는 진호가 부러웠다. 나도 그렇게 무 토막 자르듯이 감정정리를 깔끔하게 끝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나의 그녀가 빨리 늙기만을 바랐다. 내가 어른이 된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가 늙고 꼬부라지면 반드시 내 손길이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런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견뎠다. (어쨌든 첫사랑)
니에게서 흘러나오는 어떤 분위기가 그녀를 나약하게 만들었다. 어쩌면 낭만적인 노래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순유는 생각했다. 검붉은 맨드라미 꽃길 때문인지도 모르겠고, 이곳을 둘러싼 자연 때문인지도 모른다고. (언니의 다비식)
나는 시점 같은 것은 물론, 글의 내용도 잘 이해되지 않았다. 전라 춤이 무엇인지 그것이 왜 은유인지, 왜 마사지를 해야 하는지 알쏭달쏭했다. 무엇보다도 새침데기 아내의 행동이 미웠다. ‘원, 다른 사내와…시침 뚝 떼고 앙큼하긴!’ 속으로 불만을 씹었다. (어쩌다, 작가교실) 소영아. 난 젊은 날, 방황도 해보고 싶고, 아파도 보고 싶고, 좁아터진 둥지를 떠나 원 없이 훨훨, 날아도 보고 싶고, 철조망에 날개가 찢기더라도 미지의 세계로 가보고 싶어. 너, 붕새 알지? 붕새! 하루에 삼천리를 간다는, 그 장자 할부지가 말한 그 붕새. (국밥집 딸내미)
춤이 끝났을 때, 내 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그들의 대열에 당당하게 낄 수 있었다. 기묘한 쟁취였다. 그날 밤 나는 심한 몸살에 시달렸다. 어쩌면 허탈감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민증까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