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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기사들
이현석
소설
신국판/292쪽
2018년 08월 20일
979-11-5860-580-3(03860)
13,000원

 

어두컴컴한 곳에 어느 사내가 기둥에 몸을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 남자는 기운이 없는 듯, 양다리를 길게 뻗었고 새벽 내내 잠들지 않으려 애를 썼다. 창문 밖의 날씨는 추웠고, 그 사내의 입에서는 하얀 숨이 새어 나왔다. 그의 입술은 바짝 메마른 낙엽처럼 굳어있었다. 시간이 갈수록 그의 눈꺼풀은 무거워졌고, 자꾸만 조는 것을 막을 길이 없었다.

정신을 놓지 않으려고 했던 굳은 결심은 추위에 온몸이 굳어가면서 점차 희미해져 갔다.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버텨왔던 긴 새벽이 끝나가고 있을 무렵, 창밖에서부터 해가 지평선에서 떠올랐다. 빛이 비추자, 격한 싸움으로 부서지고 갈라진 파편들이 바닥에 보였다. 바닥의 타일 사이에는 선명하고 붉은 피가 여전히 흐르고 있었다. 그 흐르는 피를 따라서 무장한 병사들의 시체가 무질서하게 놓여 있었다. 두 눈을 뜬 채로 죽은 병사, 괴로운 표정이 가득한 병사, 미묘하게 웃고 있는 병사까지 제각기 위치는 다르지만, 마치 한꺼번에 줄이 끊어진 인형극의 인형들 같았다. 이 병사들과 긴 전투 끝에, 심하게 다친 금발의 사내는 겨우 숨만 붙어 있었다. 아침이 되어 따뜻한 햇볕이 그의 얼굴을 비추자, 차츰 마음이 평온해지며 호흡이 옅어졌다.

빛이 들어와 죽은 병사들의 모습을 본 사내는 ‘이 정도면 충분히 했다’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는 서서히 눈을 감았다. 거슬리는 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오긴 했으나, 그는 영영 깨어나지 않을 꿈속으로 빠져갔다.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굳게 닫혀있던 건물의 문을 누군가가 밖에서 부수고 있었다. 그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충혈된 눈으로 이리저리 주변을 살폈고, 금세 바닥에 놓인 피 묻은 단검을 발견했다.

알 수 없는 바깥사람들은 점차 문을 크게 뒤흔들며 부수고 있었다. 직감으로 부서지기 일보 직전이라는 것을 안 그는, 검을 집어 들고 어서 일어나 싸우려 했다. 하지만 그는 앞에 놓인 검을 집을 수가 없었다. 오른손으로는 분명히 검을 잡았다고 생각했는데, 무언가 이상했다. 그는 고개를 살짝 돌려 자신의 팔을 보았다. 그곳엔 있어야 오른팔이 없었고, 대신 피 묻은 얇은 천만이 둘둘 감겨 있었다.

그제야 자신의 팔이 잘려나갔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문은 부서졌다. 눈을 제대로 뜨지 못할 정도로 강렬한 햇빛이 안으로 한꺼번에 쏟아졌다. 눈이 부신 그는 남은 왼팔로 얼굴을 가려야 했다. 문이 부서지자, 어느 기사가 빛을 등지고 섰다. 그 기사는 점차 한 걸음씩 금발의 사내에게 가까이 다가왔다. 갑작스러운 위험에 다급해진 사내는 남은 왼손으로 검을 집어 그를 향해 크게 휘둘렀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탓인지, 낯선 기사의 재빠른 칼날에 단검은 튕겨져 나갔다. 마지막 희망까지 잃어버린 사내는 여전히 왼팔로 얼굴을 가린 채, 기사와 대면했다.

“누구냐! 정체를 밝혀라!”

격렬한 전투로 기운이 다 빠졌지만, 이것이 자신의 최후라고 생각하니 그의 목소리가 강하고 담대했다.

“네가 모셨던 왕도 잡혔다. 이제 왕이 죽게 되었으니, 기사인 너도 마땅히 이곳에서 죽어야 할 것이다.”

왠지 모르게 친숙한 목소리였지만, ‘죽음’이라는 단어만은 생생하게 그의 귀에 꽂혔다. 그 사내에게 이제 죽음이란 말이 반갑게 들렸다.

“나야 죽는다 해도 기사로서 왕을 지키지 못했으니, 이미 실격이다…….”

“네가 막을 수라도 있었단 말인가?”

“슬프게도 막을 수 있었으나, 또한 절대로 막아서도 안 되는 일이었다.”

허탈한 웃음을 보인 사내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고, 조용히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머리를 내밀어 기사에게 자신의 목을 베라고 말했다.

그러자 기사가 웃으며 말했다.

“네 머리를 잘라서야 누가 만족하겠는가. 얼굴을 통째로 잘라낼 것이다…….”

“어서 쳐라! 애초에 왕의 자비가 아니었다면 죽었을 목숨이었다.”

즉시, 기사는 큰 검을 하늘을 향해 번쩍 들어 올리고 말했다.

“이것은 내가 네게 주는 마지막 자비이다.”

칼날은 사내를 향해 무겁게 떨어졌고, 묵직하고도 날카로운 소리가 건물 안에 울려 퍼졌다. 바로 건물 옆 마구간에 있던 주인을 잃은 흰 말이 이 소리를 듣고는 날뛰었다. 결국 그 말은 묶여 있던 줄을 끊어트리고는 넓은 들판을 향해 내달렸다.

 

 

 

 

저자의 말

 

프롤로그

 

제1장. 회의장의 어둠
제2장. 뱀의 혀와 방랑자
제3장. 여왕의 증표
제4장. 붉은 연합군
제5장. 해방의 군대
제6장. 왕의 성배
제7장. 최후의 심판

에필로그

 

이현석

 

 

경기도 수원에서 출생했다. 좋아하는 작가로는 셰익스피어, 빅토 르 위고, 톨스토이 등이 있으며 역사소설을 위주로 집필하고 있다. 첫 작품인 『군신의 피』는 수나라 113만 대군의 대항한 고구려군의 치열한 전투를 그렸고, 두 번째 작품인 『왕의 기사들』에서는 흑사 병이 한참인 유럽을 배경으로 모함과 계략 그리고 속임수로 얼룩 진 왕들의 전쟁사를 그려 넣었다.

저자는 모든 세계사는 전쟁으로 시작되었고 전쟁으로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대한민국도 나치 이후 세계 최악의 인권유린과 독재정권을 유지 하는 공산주의 북한과의 휴전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들이 말하는 평화는 결코 남북간의 대화를 통해 오지 않을 것이 고, 한쪽이 무너져야만 가능한 일이다.

진짜 평화는 언론으로 보여지는 이미지 메이킹이 아니라, 한 인간 의 양심의 회복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북한 주민을 개미처럼 짓밟아 죽이는 유린을 보고도 눈 하나 깜 빡이지 않는 한국인들의 이기심을 고치는 것이 진정한 평화의 첫 걸음이다.

우리는 늘 역사를 배워왔다. 하지만 정작 왜 배워야 하는지 몰랐 거나, 대부분 알고도 이를 묵인했다. 흔히 역사는 반복된다고 하 는데, 그 이유가 인간이 항상 똑같기 때문이 아닐까?

우리나라는 일제강점기, 베트남의 공산화 그리고 민주주의를 선 택한 대한민국의 풍요와 공산주의를 선택한 북한의 세계 최악의 인권 유린과 신으로 군림하는 김씨 일가의 사악한 독재정권 등 이 모든 것을 보며 성장했다. 현명한 후손은 역사를 배워 과거의 실 수를 반성하고 또 반복하지 말아야 한다.

저자는 선조들이 저지른 과거의 실수를 본받지 말고 자유민주주 의를 사수하기 위해 공산주의와 싸워야 한다고 믿으며

그 이유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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