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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국수 연가
박철호
소설
신국판
2019년 04월 10일
979-11-5860-628-2
13,000원

한국인의 정이 담긴 메밀막국수, 눈과 가슴으로 먹는다
최초의 막국수 소설 『막국수 연가』

 

구수한 막국수처럼 은은하고 깊은 가족애가 유려한 문체로 그려진 이 소설은 최초의 막국수 소설로, 글을 통해 느껴지는 작가의 막국수에 대한 열정과 사랑으로 독자에게 따스함과 흥미를 동시에 가져다준다. - 이영철(소설가, 한국문인협회 이사)

둘둘 감겨 그릇에 담기는 순백(純白)의 막국수 면발처럼, 발가벗겨져 비로소 향기와 풍미를 자아내는, 위선도 가식도 없는 서민적 삶의 원형을 세대와 국경을 넘어 면면히 이어가며 입에서 입으로, 가슴에서 가슴으로 막국수의 영토를 넓혀 가게 될 것이다. 그리하여 막국수는 사람들의 가슴에 또 하나의 연가(戀歌)로 남아 세상을 사는 힘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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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만봉 기사는 벽에 걸린 가족사진을 보며 오늘도 무사고를 기원한다. 시외버스를 운행하는 정씨는 28년째 무사고 운전기사이다. 회사에 출근할 때마다 가족사진을 쳐다보며 무사고를 기원하는 것이 습관처럼 몸에 배었다. 정기사의 가족은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이다. 슬하에 다섯 남매를 두었고 노모를 모시고 있다. 부친은 십 년 전에 불의의 사고로 돌아가셨다. 딸 둘과 큰 아들이 결혼을 해 외손자와 외손녀 각각 한 명과 손자가 둘이 있다. 3대가 모여 찍은 가족사진은 사위와 며느리까지 포함해 모두 열다섯 명이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기사는 가족사진을 보면 가장의 책임도 무겁게 느끼지만 그보다는 대가족이라 든든한 마음이 들어서 좋다. 가족을 위해 일할 수 있다는 데 사는 보람과 즐거움도 느낀다. 가정을 이룬 딸과 아들은 분가를 했고 노모와 아내, 미혼인 남매와 같이 부친에게서 물려받은 한옥에 살고 있다. 아내와 아이들은 집을 팔고 아파트로 이사를 하자고 조르고 있지만 정기사는 마당이 넓고 뒤에 약간의 텃밭도 있는 이 집이 좋다. 비번인 날 집에서 쉬면서 텃밭을 가꾸는 재미도 포기할 수가 없다. 아파트 타령을 하던 아내도 남편이 땀 흘려 가꾼 유기농 야채와 과일을 식구들에게 내놓을 수 있는 것 때문에 번번이 아파트를 포기하고 남편의 뜻을 따랐다.
정기사는 방문을 열고 마루를 지나 댓돌에 놓인 검은 구두를 신고 구두주걱을 들어 뒤꿈치를 집어넣었다. 부친의 손때가 묻은 구두주걱의 손잡이가 오늘따라 더 윤이 났다. 아버지 생전에 정선장에서 사다가 아버지께 드렸던 구두주걱이다.
정씨는 15년째 원주와 정선을 하루 2번 왕복하는 노선을 맡아 왔다. 무정차보다는 완행버스가 더 좋았다. 굽이굽이 시골길을 돌아 고객을 태우고 내려주는 일에 운전기사로서의 보람을 느꼈다. 운행하면서 마주치는 주변 시골마을의 정취와 고객들과 나누는 소박한 인정에 마음이 푸근해져 좋았다. 도착지에서는 차를 세워 두고 다음 출발 때까지 장터를 돌아보거나 음식점에서 향토 음식을 즐기는 것도 월급 못지않게 값진 보너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국수를 좋아하는 정기사에게 시골의 막국수는 빼놓을 수 없는 것이어서 가는 곳마다 단골 막국수집이 있다. 마침 오늘도 장날이어서 정선에 도착하면 장터를 한 바퀴 둘러 볼 생각을 하며 집을 나섰다.
매지(梅池)의 물기를 머금기라도 한 것처럼 상쾌한 봄바람이 정기사의 머리카락 사이를 헤집고 들어온다. 어느새 매지의 벚꽃도 거의 다 떨어져 호숫가가 썰렁해졌다. 정기사는 얼마쯤 기다렸다가 도착한 시내버스에 올랐다. 흥업에서 탄 시내버스가 터미널에 도착하기 전에 왼쪽으로 ‘강원도막국수’ 집 간판이 보였다. 춘천에서 ‘상천막국수’라는 상호로 성업을 이루던 집의 아들이 원주로 이사와 개업을 한 집이다. 식당은 주로 부인이 맡아 운영하고 남편은 동네일을 열심히 하다가 시의원에 연거푸 당선돼 시의회 부의장을 지내고 있다. 메밀 함량도 높아 면질도 좋고 육수 맛도 사골, 동치미, 과일즙 등이 어우러져 맛이 좋아 정기사는 비번인 날 가끔 가족들과 찾는다. 상호만 보면 강원도를 대표하는 막국수인 것처럼 ‘강원도막국수’라고 한 기지가 돋보인다. 그 집 막국수가 좋다며 다른 도시의 몇 집에서 같은 조리법에, 같은 상호로 마치 분점처럼 개업을 한 곳도 있다. 한때 새터민 여성들 몇 사람이 모 기관이 위탁을 맡은 춘천의 막국수체험관에서 조리를 맡게 돼 강원도막국수집에서 막국수 조리를 배워가기도 했다. 막국수 맛에도 중독성이 있어서 가끔 먹고 싶은 생각이 날 때가 있는데 그 집도 그 중 하나라는 것을 인정하며 그 집 앞을 지났다.

작가의 말

 

막국수 연가(戀歌)

박철호(朴喆虎)

 

현재 강원대학교 의생명과학대학 교수

강원대 농학과 졸업(학사-1978, 석사-1982)
캐나다 앨버타대학 Ph.D(1990)
세계메밀학회장(2001~2007)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저서
소설 『산토 치엘로』(단편소설집), 『춘천여자, 송혜란』(장편)
수필 『요게요 메물로 맹근 막국수래요』
시집 『동강모래무지』, 『도송리 연가』, 『배후령』, 『엄마의 밥상』
전공서 『메밀』, 『춘천막국수』, 『잡곡의 과학과 문화』, 『웰빙식물의 과학』, 『식물유전자원학』, 『Ethnobotany of Buckwheat』, 『웰빙산채재배기술』 외 40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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