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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정
김정희
시집
신국변형/128쪽
2019년 09월 30일
979-11-5860-689-3(03810)
9,000원

작은 풀씨 바람에 떠돌다 떠돌다
내려앉은 자리
싹을 틔워 세상을 열어
비바람 함께 꽃이 되었습니다.
가끔 쳐다봐 주는 사람 있어
꽃은 이름을 달았습니다.

오늘 어쩌다 마주친
그대의 소중한 마음자리에도
살짝 머물다 가는 행운을
소망해 봅니다.

오래 전 삶의 화두로 다가온 시 한 편
그 의문이 시심되어 작은 묶음으로
이제 풀어놓습니다.

 

 

2019년 여름 김정희

 

 

--

 

숯가마에서

 

메아리도 잠을 자는 골짜기
세월을 온몸으로 털어내는
굴참나무 바라보니
내 찾아야 할 가슴에 말은
길을 잃는다

나는 보았다
쭉쭉 뻗어 키워 온 사랑
푸른 하늘 가슴에 안고
겹겹이 쌓인 세월의 아픔도
한낱 욕망이었음을

굴뚝을 타고 도는 연갈색 연기는 물결무늬를 그리며
숯으로 익어가는 그대의 삶을 위하여 춤을 추는데
묵언의 회한 같은 세월을 안고 너는 심홍의 꽃으로
뜨겁게 뜨겁게 죽는다

 

-

 

하얀 고무신

 

창가에 놓여있는 잎 떨어진
영산홍 분(盆)에 기대어
물기를 말리는 하얀 고무신
지난 여름 비 맞으며
아버지 꽃상여 뒤를
따라갔던 코 없는 고무신
가고 없는 세월이 하얗게 담겨 있다

삼간 집 마루 밑 대들보 받쳐주던
기둥에 기댄 채 하얗게 기다리던
십문 팔 그 웃음
한 뼘도 안 되는 흙발에 끌려 다니며
눈물처럼 깔깔대고
환희처럼 칭얼대던 그날의
그 논둑길 자꾸 눈에 고인다

 

시인의말

1부 숯가마에서

숯가마에서
밤비로 오는 그대
박꽃
망초꽃 웃음
파래소 폭포
과수원
봄눈
강, 떠나가는 얼굴
봄날에
어느 봄날
꽃잎, 어디로 가고
풍경


2부 골무

골무
하얀 고무신
어찌 할까요
난초꽃
꽃가루

새 한 마리
벌초
묘제
약수터에 오르며
“판자촌” 그림 속에는
몸짓


3부 저녁 예불

아무도 모른다
저녁 예불
법화사 다녀오는 길
그곳에 가면
천불동 사랑
길 위에서
순례객
나무의 기도
수행
칡꽃
뱃고동
먼 훗날에


4부 겨울 연못

겨울 연못
바람결
꽃물
여정
골목에 산다
자정 무렵
짹짹
가운을 입은 눈
갱년기
본다는 것
창덕궁 후원에서 비를 만나다 맨발

해설
시간의 길 위에 피워낸 순박한 서정의 꽃
_이충호(시인, 소설가)

김정희


울산광역시 울주군 삼남면에서 태어나서 학업 을 마치고, 영남알프스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성장하면서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과 경이로움 을 가슴 깊이 새기며 시심을 키워왔다. 울산대학교와 울산과학대 평생교육원 문예창작 과에서 시를 공부하였고 2001년 『문예운동』 신 인상으로 등단하였다.
현재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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