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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이 무너졌어
정인선
시집
신국변형/124쪽
2019년 10월 10일
979-11-5860-693-0(03810)
9,000원

시인의 말

길은 다르지만
언젠가는
만나게 될 것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습니다

 

2019년 9월
용인 예진말에서 정인선

 

 

--

 

누구나 해변은 거닐고 싶어 한다

 

가랑비도
커피 향을 맡아가며 젖어들고 있나봐
멧새가 흘리고 간 깃털에 남은
초침의 울림이 뭉그러질 때까지
비는 내리겠지
청춘열차의 기적쯤은 남겨둬야 할 텐데
과거라는 이력서에 파도가 있어
물보라까지 지우고 다닌 해안선을 따라
갈매기의 발자국이 낙관처럼 찍혀있는
그곳에
수많은 이야기들이 잠들어 있는 거야
연서도 있을 게고 떠들썩한 소음도 있겠지
해변은
바다가 삭제할 수 없는 언어들을 알고 있는 거야
밟을 때마다 각도를 따라
들리는 소리가 다르거든
모두가 다른 이야기들이니까
거기에 가면
지나온 우리가 있는 거지
만나게 되는 거야

 

--

 

틈새가 필요해

 

전동드릴로 꽉 조여 볼까

폐업정리 점포 좌판에서 사온
바지의 바코드를 핸드폰으로 읽고 있는 시간
유빙은 남극을 바라볼 거고
난파선은 폭풍우를 생각하겠지
나는 너와 꼭 맞을 것 같은데
아닌 척할까
너와 나의 맞춤 코드
해독되지 않는 곳이 너무 많지
매일 분해를 하고
조립하고
그때마다
나사못은 몇 개씩 없어지잖아
우리는 틈이 너무 없어서 그럴까
딱 맞아야 하는 건데, 왜
어긋나는 게 많지
좀 느슨해져볼까
필요한 낱말 몇 조각쯤 지나다니게
전동드릴로 꽉 조일 시간만큼

 

 

1부 나는 너를 영원이라고 읽고 있어

누구나 해변은 거닐고 싶어한다
오선지
비어있는 자리
아무 일도 없다는 듯
플라스마
틈새가 필요해
그렇게 살아가는 거야
바람은 뭐라 할까
떠났냐고 묻지 않기다
심장 쪽이야
아이스 메이커
이쯤이 좋겠다
탁본을 뜨다
오늘
반 스텝쯤 느리게


2부 바람이 물어도 대답하지 않는 뚝심

내가 자주 휘청거리는 건
너는 늘 그랬지
어떻게 하지
전설에 기대볼까
왜 답이 없어
뭐라 했지
반짝이는 신호가 왔다
혼잣말
보트피플
침묵이 침목에게
쉼표를 찍을까
밀롱가의 밤
조금만 비켜서봐
밤의 깊이
생각해봐


3부 어디서 봤더라

창문을 열어봐
시그널
오른쪽이 무너졌어
푸석한 과거
엄마의 기도
유빙의 시대
지워도 흔적은 남는 거야
포토 존
거푸집
저기, 걸음이 간다
한 번만
막장
검은 찔레꽃
고요는 어디까지 갈까
자국이 아픔이 될 때


4부 그리움 하나쯤 감추고 사는 건데

누구나 한번은
확장의 공간
고리
함광
반송된 편지
미완성 교향곡 7번 2악장
숨을 곳이 없네
빈 그릇
비스듬히
달은 다시 뜨고
내 몸이 안개다
멜로스의 비극
카페에 가려진 그늘
달의 뒷면
짙은 안개에게 잡힌 날도 있다

정인선


강원도 삼척 출생
2008년 『문파문학』으로 등단
문파문학상과 용인문학상 수상

<시집>
『잠깐 다녀올께』(2009)
『거기』(2012)
『오른쪽이 무너졌어』(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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