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심한 빨간 거리
연하게 물들이는 너
실눈 비비고 일어나
수줍게 피운 꽃잎 흔들어
먼저 어우러진다
출렁대는 거미줄 뛰어가는
내 비틀걸음 잡아
잠시 쉬어가라 하고
여기저기 흐드러져
꽃눈깨비 풀풀 날린다
혼자가 아니라서 더 예쁘다
--
■ 작가의 말
앞서거니 뒤서거니
비바람 불고 눈 내리는 도시에서 네가 있기에 가끔은 눈길 돌려 하늘 보고 때로는 꽃이 피는 길을 걷고 있다 뜨거운 햇살 속에서 생생하게 피어나는 코스모스 그곳에 어우러지는 고마운 너와 앞서거니 뒤서거니 오늘을 지나가고 있다
2019년 첫가을 문턱에서
------------------------
■ ‘해설’ 중에서
김정희 시인에게 ‘시 쓰기’는 무심한 자신의 발걸음이 뭇 생명에게 위해를 가할지 모른다는 측은지심의 강화, 시인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비롯되는 탐욕을 제어하면서 자신의 염결성廉潔性을 가다듬는 수신修身의 실천에 있다고 볼 때 김정희 시인의 앞으로의 행로가 궁금해지기도 하는 것입니다. 시인에게는 두 갈래 길이 있다고 보는데, 그 하나는 만고에 남을 작품으로 문명文名을 얻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의 시작詩作을 자신의 삶을 기름지게 하고 겸허하게 만드는 수행의 도구로 받드는 것입니다. 예술은 끊임없이 새로움을 창조하는데 의의를 둡니다. 다른 이들이 걸어가지 않은 새 길을 만드는 일이지요. 그러나 매일 마주하는 평범한 일상, 범사凡事를 바라보는 눈을 밝게 하려고 초지일관의 자세를 흩트리지 않는 사람도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사람이 김정희 시인이라고 생각합니다.
- 나호열(시인, 한국문인협회 표절문제연구위원회 위원장, 전 경희대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