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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선인장
엄현주
소설집
4*6판(128*188)/312쪽
2020년 1월 20일
979-11-5860-725-8(03810)
13,000원

 작가의 말

 

첫 창작집을 낸 지 십 수 년이 지나서야 두 번째 창작집을 출간하게 되었다. 날마다 수많은 신간들이 쏟아져 나오는 세상에 굳이 나까지 보태야 할까, 하는 생각으로 미적거리다 보니 어느새 세월이 저만치 지나가고 있었다. 내가 만들어놓은 작중 인물들도 세월 따라 안타까이 멀어져가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리고서야 출간을 서두르게 되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내가 아는 나’와 ‘나도 모르는 나’가 만나 경계를 지우는 일이다. 그 경계가 지워질 때 느끼는 희열 때문에 나의 글쓰기 여정은 계속된다. 매일 아침 나는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길을 떠난다. 하지만 결코 순탄하지 않다. 길이 험하기도 하고 지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늪과 높은 산이 앞을 가로막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좌절하며 주저앉아버리고 싶지만 나는 절대로 멈출 수 없다. 그 후, 찾아오는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걸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글쓰기에 순응하며 모든 걸 맞추어나가야 하는 내 삶이 문학을 향해 멈출 수 없는 사랑으로 지속되길 바랄 뿐이다.

여기 실린 9편의 작품은 오래 전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발표 시기가 십 년 이상 차이가 난다. 하지만 이 기간을 지나면서 온몸으로 통과해온 삶의 자취를 하나로 묶어보는 것도 나름대로 의미가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이 작품들과 함께했던 여러 감정이 내 속에 스며들어 ‘지금의 나’에 도달했다고 믿기 때문이다. 슬픔과 고통, 기쁨과 사랑이 지나간 자리에 오롯이 남는 것은 그리움이었다. 그리움이 내 글쓰기의 근원이었다는 걸 이제야 나는 깨닫게 되었다.

가을볕이 좋은 날이면 마당 한가운데 돗자리를 펴고 어머니는 아버지의 오래된 책들을 거풍시키곤 했다. 검은 테를 두른 책장에 갇혀 서재의 벽을 차지하고 있던 책들을 꺼내 펼치는 어머니의 손길은 지극히 조심스러웠다. 책 거풍은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계속되었다. 누렇게 변색되어 금방이라도 바스러질 듯한 책장들이 바람에 팔락거리는 모습을 보며 어머니는 나지막하게 혼잣말을 했다.
“사람이 가도 보던 책들은 그대로 남아 있네.”
마당에 한창 피어난 국화와 오래된 책들에서 희미하게 흘러나오는 냄새가 코끝을 스치면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그윽한 목소리. 그 목소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내 귓가에서 울려나는 듯하다.
이제 이곳에서는 만날 수 없지만 아득히 먼 저곳에서 내 책을 받아들며 환하게 웃을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2020년, 새로운 해를 시작하며
엄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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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그 아이 이름은 빛나였다>
아이(중2)는 엄마가 새로운 남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늙은 생부의 집으로 가게 된다. 생부의 아내는 아이뿐 아니라 아이가 애지중지하는 고양이(미미)까지 몹시 구박한다. 미미의 병원비를 훔치다가 들켜 결국 아이는 미미와 함께 쫓겨난다. 공원벤치에서 밤을 새우다 미미는 죽고, 아이는 엄마와 연락이 닿지 않자 도로 생부의 아파트가 있는 곳으로 찾아든다. 거기서 미미의 무덤을 만들어주다가 다섯 살 된 다빈이를 만난다. 둘이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점차 다빈에게서 미미를 느낀다. 다빈을 집으로 돌려보내지 않고 옥상 물탱크실에 함께 있다 유괴범으로 몰리자……

 

<꿈꾸는 가방>
가방을 들고 이 학교, 저 학교로 떠돌아다니는 시간강사라는 이유로 한 여자에게서 두 번이나 퇴짜 맞은 남자. 그는 젊은 시절 방랑하다가 돌아와 가방공장을 세운 아버지를 떠올린다. 떠나고 싶은 욕구를 누르고, 떠나는 사람들을 위해 가방을 만들던 아버지와 정착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며 가방을 들고 다녀야 하는 아들.
그는 하룻밤 같이 보낸 적이 있는 옆집 여자의 자살소식을 접하면서……

 

<반달:vandal>
무명화가인 그는 새로운 기법으로 작품을 만들려고 하지만 결과는 늘 신통찮다. 그는 아내가 출근하고 나면 집안에 틀어박혀 의붓아들과 함께 지내야 했다. 12살인 의붓아들은 왜소증장애아며 심장병환자다. 그래서 아들은 외출을 거의 하지 않고 자신과 거의 비슷한 몸집을 한 구체관절인형과 논다. 그 인형은 사람 모습과 아주 흡사할 뿐 아니라 내장된 테이프가 있어 노래도 한다. 가수가 꿈인 아들은 그 인형을 자신의 분신으로 생각하고……

 

<몽마르트르베이커리: 중편>
행복했던 시절(새엄마가 있던 일 년)의 기억에 영원히 머물러 있는 그는 성장도 멈추어 37살이지만 12살 소년의 몸집을 하고서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도 더듬는다. 그 시절 그는 가게 출입문 밖으로 보이는 높고 가파른 고갯길을 몽마르트르 언덕이라 부르며 미술학원에 다녔었다. 학원원장이랑 눈이 맞은 새엄마는 빵집 종업원 시절에 익힌 솜씨로 손수 구운 빵과 과자를 들고, 그 언덕을 급하고 오르곤 했다. 그런 엄마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애틋한 사랑의 감정에 어린 그는 몸을 떨었다. 엄마는 도망을 가고, ‘만물보수’를 하던 아버지가 죽자 그는 업종변경을 해서 ‘몽마르트르베이커리’라는 가게를 연다.
어느 날, 거기에 새엄마와 이미지가 닮은 여자고객이 아들의 생일케이크를 주문하는데……

 

<봄날은 지나가고>
여중동창생 P, K, L은 사십 년 만에 소도시에 위치한 모교에서 만난다. 호텔로 변신한 학교, 중년의 나이가 된 그녀들. 각자 삶의 애환을 안고 있는 그녀들은 정작 자신들의 고민을 꺼내보지도 못 하고서 겉도는 이야기들로 시간을 보낸다. 속절없이 저물어가는 봄날과 함께 헤어질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다들 울고 싶은 심정으로 다음 만남을 약속하지만……

 

<불꽃선인장>
남편의 실직으로 인한 궁핍에서 벗어나고자 지수는 안간힘을 써보지만 여전히 현실은 힘이 든다. 보험설계사였던 어머니가 혼잣손으로 어린 남매를 키우면서 어려울 때마다 사들고 오던 선인장화분. 지수는 견딜 수 없는 순간마다 선인장이 되는 환상에 빠지며……

 

<비 오는 오후, 프리셀 게임>
한때 잘 나가던 그는 억울하게 해고를 당한다. 그는 아내가 출근하고 난 후면 집에 틀어박혀 게임에 몰두한다. 그 중에서도 프리셀 게임을 가장 즐겨한다. 게임규칙으로 네 개의 빈칸, 즉 자유로운 공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 공간에 자신이 원하는 단어들을 집어넣으며 환상에 빠져든다. 그럴 때면 맡게 되는 은은한 들국화 냄새는 견디기 힘든 현실에서 나는 비린내를 없애주며……

 

<사월의 전설>
만물이 소생하기 시작하는 사월에 죽음을 목전에 둔 어머니. 그 어머니가 늘 그리워하던, 벚꽃으로 유명한 화운에 딸이 찾아간다. 그곳 카페에서 어머니를 모델로 한 그림을 발견하고, 어머니를 평생 기다린다는 옛 동료교사의 사랑이야기를 우연히 전해 듣고서……


<종이배>
남편의 외도를 견뎌내면서 여자는 고향집 아래채에 세 들어 사는 친구, 순호의 어머니인 현 선생을 가끔 떠올린다. 그녀는 가야금교습으로 생계를 이으며 딴살림을 차린 남편을 평생 기다리며 산다. 남편이 애인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먼길을 떠나자 여자는 고향집으로 내려간다. 이제 치매에 걸린 현 선생은 종이배를 접어 강에 띄우면 소원이 이루어진다고 여전히 믿는 모양……

 

작가의 말


시놉시스
그 아이 이름은 빛나였다
꿈꾸는 가방
반달(vandal)
몽마르트르베이커리
봄날은 지나가고
불꽃선인장
비 오는 오후, 프리셀 게임
사월의 전설
종이배

엄현주

 

경남 마산 출생
서울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평사리문학대상(소설) 수상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지원금 수혜
법계문학상(장편동화) 수상

창작집
『투망』(나남출판사) 출간
『불꽃선인장』(청어출판사) 출간
『미니픽션』 무크지 2호(공저: 다인출판사) 출간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미니픽션작가회의 회원
송파문인협회 회원
하동군 홍보주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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