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세 번째 시집을 묶는다. 시집 제목을 많이 고민했다. 세상 모든 것은 저마다 이름이 있고 적절한 이름값이 있다. 내 이름 ‘두업(豆業)’은 좀 특이해서 어린 마음에 창피하다고 초등학교를 예명으로 다니기도 했다. 콩이 업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콩가루나 간장 된장이 된 콩처럼 삶의 시련 너무 버거워, 때로는 속상하기도 했다. 요즈음은 사람들이, 시인다운 이름이라고, 특이해서 기억하기 좋다고들 한다. 그동안 원망한 부모님께 죄송하다. 여태껏 이름값을 열심히 치렀으니, 이 시집 『이름값』은 독자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 시평을 써주신 임문혁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사랑하는 나의 자녀, 격려하고 후원해준 형제들, 시 짓는 할머니를 자랑스러워하는 손주들에게도,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2020년 1월 영운서재에서 신두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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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문 중에서
*우리 웃으며 사세
빵을 찾아 종일 헤매다가 집에 오면 몸은 절인 배추 남편은 우리 웃으며 사세
육십 년을 함께 산다 해도 서로 눈 맞추는 시간은 십 년도 아니 된다던 당신
늘 고픈데 웃을 수 있느냐고 시큰둥한 대거리에도 그냥 우리 웃고 사세
어느 날 홀연히 별이 된 당신 새벽예배 갈 때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우리 웃으며 사세
*연시
푸른 젖꼭지 암팡지게 물고 여름 강 건너온 시고 떫은 삶도
이 가을볕엔 그만 녹녹하게 풀리고 말아 홍조 띤 말간 얼굴
사랑의 입맞춤에 달보드레한 살집 송두리째 바치는 저 여인
*몽돌 해안에서
아무렇게나 짓밟혀 차이고 굴러서 모나고 상처투성인 돌덩이들 땅 끝 해안에 다다르자 바다는 거품 물고 달려와 쪽빛 치마폭으로 감싸 안고 철썩철썩 토닥이며 씻긴다
바닷물은 아무리 울퉁불퉁한 돌도 매끈한 곡선으로 다듬어서 보는 이들 누름돌 하나, 수석 둘 아예 뭉텅뭉텅 건축자재로 해안의 몽돌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제 우리는 신두업 시인이 시로 쓴 자서전의 뒷장을 덮을 때가 되었다. 두업 콩은 이제 거듭나고 거듭나서 진한 간장이 되고, 잘 발효된 된장이 되었다. 드디어 마침내 콩의 시가 된 것이다. 세 번째 시집 『이름값』의 발간을 축하드리며, 아무쪼록 진달래 참꽃 같은 시, 진한 간장, 잘 발효된 된장 같은 시를 많이많이 쓰시어, 집안 가득 알찬 시가 채워지고, 시와 같은 삶을 사시기를 기원한다.
-임문혁(시인, 문학평론가)의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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