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인의 말
읽으면 풀썩하고 명랑해지는 가벼운 말로 노래하듯 읽으면 까르르 해지는 맑은 시를 집에 놓고 싶었습니다
내 가슴에 쌓인 모든 시간들의 감정을 주관적 언어로 꺼내 쓰다가
자연을 바라보고 자연에서 찾은 흐름들을 가슴에 들이고 나자 객관적인 자세로 쓰여지더군요
하여 모든 감정이 가벼워졌음을 느꼈습니다
가벼움이 무거움보다 소탈하여 쉽게 행복해진다는 경험을 한 셈이죠 세계로 둘러보고 와서 우리강산의 많은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역시 우리는 자연의 들러리로 살아야 맞지 자연을 파헤치고 맞서면 안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시인이 넘치는 세상이어도 시가 사람 앞에 읍소하는 일 없기를 바랬으며 시 정신은 올바로 새기며 쓰고 싶어합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언어를 꺼내 쓸 때의 짜릿함 소진 할 때 까지 행복하게 쓰고 싶은 시에 대한 나의 자세엔 변함없을 것입니다
누군가 단 한사람의 공감만 있어도 그 시는 만족이란 생각하며
글 한 토막에 가슴 설레는 사람들이 읽었으면 합니다
□ 추천의 말
툭툭 차창을 보고 있는 동행인에게 말을 던지듯 시의 말을 던지는 시인이 곽구비 시인이다
언어의 조탁이나 꼼꼼한 세공보다는 데면데면 말을 건네는 그 말 속에 때로는 철학이 담겨있고 때로는 진정성이 느껴진다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친구가 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꽤 쌀쌀맞은 투명한 시인이다
시도 그렇다 읽으면 읽을수록 감칠맛이 나는 게 곽구비 시의 진미다
굽이굽이 걸어 들어갈수록 향기가 숲 같은 시라고 할 수 있겠다
- 이승하 시인(중앙대학교 교수
□ 본문 중에서
사랑할 때는 누구나 시인이 된다
언어로 빛이 나는 풍경을 쫓다가 그의 생각에 궁극의 허기를 느낀다 보고 싶었어 그 달콤한 속삭임 하나가 우리의 시가 되어 날아다녔지
마음속에 새겨 넣었어야 했어 시를 찾으러 다시 헤매는 일 없게 사랑을 보내면 안 되는 거였지
어둠이 처놓은 그물에 걸려든 별과 달들을 기분 따라 독하게 또는 화려하게 치장하기 시작한 것도 사랑과 이별을 경험한 후였겠지
그를 바라보고 있었을 동안엔 건조한 상관물에게도 말랑한 언어를 씌우며 기뻐했고 아름다운 생각만 하면서 시를 썼겠지
더듬이처럼 상상의 촉을 세우고 쉴 새 없이 의식을 일깨우다가 모든 언어가 시였을 적 그가 그립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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