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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 사냥꾼, 광야를 달리다
정다운
소설
신국판(152*225)
2020년 2월 10일
979-11-5860-738-8(03810)
13,000원

□ 책소개

 

이 작품은 한마디로 민족자긍심을 버무린 본격적인 북헌터(책 사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16일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1995년 청주에 사는 최모 씨가 지인을 상대로 빌려간 직지 반환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2월 그 직지가 어느 교수에 의해 은익되어 있다고 경찰에 신고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내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고 보면 이 작품이 직지 발굴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데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

그는 한낱 헌책방이라는 보잘 것 없는 가게 주인의 아들로서, 역전 깡패였다가 장돌뱅이가 되어 시골 장터를 누비며 세상 물정을 터득한 끝에 아버지의 간곡한 유언으로 헌책방을 인수한 후 고서 사냥꾼이 되었다. 이 고서 사냥꾼이 우연한 기회에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존재와 그 실상을 알게 되고 민족자긍심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자각에서 직접 직지를 찾아 나섰다.

□ 작가의 말

본래 작품의 제목은 ‘고서 사냥꾼의 행적’인데 직지를 찾아 나선 고서 사냥꾼의 역동성이 드러나지 않아 보다 역동적인 제목으로 바꾼 점을 밝혀둔다. 고서 사냥꾼 다음에 새로이 붙인 ‘광야를 달리다’라는 단어가 풍기는 역동적 이미지가 주인공의 활동을 형상화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투영되는지, 눈여겨보면 그 이유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한마디로 민족자긍심을 버무린 본격적인 북헌터(책 사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 1월 16일 한 신문 보도에 의하면 1995년 청주에 사는 최모 씨가 지인을 상대로 빌려간 직지 반환소송을 제기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2019년 2월 그 직지가 어느 교수에 의해 은익되어 있다고 경찰에 신고된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내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있고 보면 이 작품이 직지 발굴에 대한 관심을 제고시키는 데 일조가 되기를 바란다.

조국이 해방된 지 70년을 넘긴 지 오래건만 아직도 한반도 정세는 민족의 앞날을 가늠하지 못할 만큼 불투명하다 못해 난기류가 혼란을 거듭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동안 숱한 정권 담당자들이 정상회담이다, 남북교류다, 이산가족 찾기다, 북한주민 지원이다며 듣기 좋은 구호는 다 늘어놓았지만 지금 나타나고 있는 현실이 그 결과라고 생각할 때 우리 국민은 어처구니없어 말문이 열리지 않는다.
정치지도자들이 해온 일들이 이런 판이니 어찌 민족의 자긍심 운운할 수 있겠는가?
우리가 입만 열면 자랑스레 내세우는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이라는 고서를 두고서도 민족의 자긍심을 선양할 수 있는 그 직지를 찾지 않고 그대로 두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직지가 간행된 곳인 청주지방에서만 무엇인가 해보려고 한 것 같았다. 시 차원에서 잠시 직지 찾기를 해봤으나 성과 없이 끝나고 말았다. 2012년에 와서 프랑스 도서관에 묵혀 있는 직지 하권을 몇 차례 빌려오려던 것조차 제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청주시와 고인쇄박물관이 지방행사에 이어 한국소설가협회와 제휴하여 직지소설문학상 공모 행사를 하고 있을 정도이지 정부 차원에서는 잊혀진지 오래였다. 하기야 정권에 따라 입맛에 맞게 남북관계를 요리하느라 직지 같은 고리타분한(?) 고문서에 대해 무슨 구미가 당겼겠는가.
그러한 의미에서 후반부에 미북 비핵화협상을 배경으로 깔면서 직지 추적활동을 형상화했다.
이러한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직지를 주제로 한 작품에서 무엇인가 민족 자긍심을 북돋울 수 있는 서사를 구상해 볼 필요를 느꼈다. 여기에 주제의 성격상 역대 수상 작품들 대부분이 역사물로서 소재의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 없지 않아 직지를 현대에 살려 민족문제 차원에서 형상화를 구상했다. 특히 직지의 저자인 백운화상이 활동하던 곳이 황해도 해주 지방 사찰이었던 점에 주목, 남북관계의 주요 과제로서 직지 발굴 작업을 우선순위에 두어야 한다는 데 착안했다.
이 작품은 직지가 민족자긍심을 세계에 선양할 수 있는 만큼 한민족 역사에 큰 가치가 있는 문화재의 발굴을 현실적 과제로 삼고 한 고서 사냥꾼이 고군분투하는 활동을 형상화하는 데 역점을 두었다. 주인공을 북 헌터(책 사냥꾼)로 설정한 것은 직지문제에 대한 관심을 도서차원과 연결 지음으로써 일종의 북 헌터 작품 성격을 부여하여 애서가나 장서가 입장에서 접근해 보도록 하려는 배려가 깔려 있다. 그 결과 민족자긍심을 버무린 본격적인 북 헌터 소설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디테일 면에서 보면 애서나 장서에 얽힌 이야기가 곁들여 있어 독자에게 하나의 덤으로 읽을거리가 제공된다. 이와 아울러 청나라에 사신의 수행원으로 갔던 연암 박지원 등 조선의 백탑파 선비들이 당시 유명한 서점가이던 유리창에서 문헌들에 눈독을 들이던 장면을 배경으로 하여 주인공 장서쾌가 독립운동가의 정신이 깃들인 만주 벌판을 누비는 집념의 활동을 형상화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동북공정 관련 중국 인사의 방해 의도를 삽입한 것은 직지문제를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음을 시사하고자 한 것이다.

직지 찾기 얘기를 다룬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로되 단순히 직지를 기리는 행사의 결과물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이용한 직지 발굴 작업이 민족자긍심의 선양은 물론 분단조국의 벽을 뚫어야 하는 현실적 과제의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이 염원은 작가로서가 아니라 작품의 주인공인 장서쾌로서 바라는 것이 보다 타당하다 할 것이다. 그는 한낱 헌책방이라는 보잘 것 없는 가게 주인의 아들로서, 역전 깡패였다가 장돌뱅이가 되어 시골 장터를 누비며 세상 물정을 터득한 끝에 아버지의 간곡한 유언으로 헌책방을 인수한 후 고서 사냥꾼이 되었다. 이 고서 사냥꾼이 우연한 기회에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인 직지의 존재와 그 실상을 알게 되고 민족자긍심을 더 높여야 한다는 자각에서 직접 직지를 찾아 나섰다. 그런 그만큼 소박하면서도 간절한 민족의 염원을 대변할 사람이 있을까? 그가 바로 우리요, 북한의 동포이다. 말하자면 우리 주변에 있는 필부의 소망이야 말로 한민족의 소망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작품을 발표할 수 있게 해 준 청주시와 청주 고인쇄박물관, 한국소설가협회, 도서출판 청어 이영철 대표와 편집진에게 감사를 드린다.

 


□ 본문 중에서

 

보수동 망나니

1

부산에서 가까운 기장군 장안읍, 해운대 신도시에서 송정터널을 지나 동해안을 타고 가다가 보면 기장읍-일광면이 나오고 잇달아 장안읍이 나온다. 이 장안읍에서 국도를 따라 조금 가다 보면 왼쪽으로 정관면으로 가는 길이 나온다. 그리고 장안읍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면 바닷가에 임랑이 있으며, 여기서 동해안을 타고 곧장 가면 월내를 거쳐 잘 알려진 고리원전이 나온다. 해운대역에서 동해안 기차로 가면 청사포를 거쳐 송정-일광을 지나 임랑-월내를 거쳐 고리원전에 다다른다. 그만큼 장안은 부산 교외 동해안 지역의 교통 요지라고 할 수 있었다. 해서 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사방에서 몰려든 장사꾼들로 제법 장날 분위기를 돋우는 곳이었다. 시골 장하면 으레 나타나는 약장수는 물론 각설이 타령까지 한몫을 하는 날이면 시끌벅적 장날 맛을 느낄 수 있었다.
30년 전 장날은 지금보다 훨씬 전통적인 시골 장 모습이 드러났다. 사실 시골 장은 그냥 생활필수품만 팔고 사는 곳이 아니라는 것쯤은 시골 사람으로서는 체험으로 다 아는 것이었다. 농경사회의 전통이 이어진 장마당에는 오랜만에 객지의 고향 친구를 만나는 것은 물론이요 이웃 마을에 시집 간 딸을 만난다든지, 사돈을 만나 회포를 푸는 정겨운 장소가 아니던가. 물론 모두가 정겨운 만남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막걸리에 취한 사나이들이 심심찮게 싸움판을 벌이는 것도 장날의 구색 맞춤이었다. 장안 장날, 노점들이 몰려 있는 한쪽 구석에서 고함 소리가 들리는가 했더니 사나이들이 몰려서서 싸움판을 벌이고 있었다. 오랜만에 장날에 나온 김에 막걸리 한잔씩을 걸친 사나이들이 별것도 아닌 것을 가지고 시비가 붙기는 예사였다. 헌데 이 싸움판에서 유달리 눈길을 끈 것이 있었다. 멱살잡이를 하는 사나이들 사이에 그들보다 어려 보이는 청년이 3, 40대 사나이들에게 삿대질을 하고 있었다.
“와들 이래요? 장보로 왔시모 장이나 보고 갈래기지.”
그 청년은 연상의 사나이들을 보고 마치 어른처럼 행세를 했다. 그러자 멱살잡이를 하던 키다리 사나이가 잡았던 멱살을 놓고 청년에게 달려들었다.
“아, 이 자슥 보래. 아아(아이) 자슥이 어른들 싸움에 와 끼어드노!”
그러면서 청년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이때다 청년은 멱살을 잡은 그의 손목을 비틀면서 밭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키다리는 아이쿠 하며 맥없이 쓰러졌다. 청년은 쓰러진 사나이의 가슴팍을 발꿈치로 한 번 내리찍었다. 그는 가슴을 움켜쥐고 고통스런 소리를 토했다. 부산 역전에서 닦은 솜씨를 시골 촌놈들이 당해낼 수 없었다.
“이 자슥이 장보로 왔시모 장이나 안 보고 나무(남의) 아지메나 히야까시(희롱)하고 지랄이야. 빨리 안 꺼지나!”
청년이 윽박지르자 키다리는 가슴을 부여잡은 채 비틀거리며 일어나 가버렸다. 그러자 청년도 ‘아이구 재수 없다’고 중얼거리며 큰길 쪽으로 나갔다. 그때 주변에 있던 남녀 장사꾼들이 한마디씩 했다.
“저 총각, 보수동 깡패라 쿠데.”
“그래요. 그래도 총각이 경우가 밝구만.”
“하모 장보로 온 사람이 여자들 히야까시나 하모 혼이 나야제.”
청년은 보수동 깡패라는 말을 듣고도 못들은 척 그냥 지나쳤다. 그러나 그의 심사가 좋을 리가 없었다. 부산에서 자갈치를 지나 얼마 안 가면 보수동이 있는데 거기 깡패가 이 동네, 아니 부산 교외 일대에 이미 알려진 존재였다. ‘보수동 깡패’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깡패 짓을 하러 장날에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나름대로 장사를 하러 다녔다. 그냥 장사하는 것이 아니라 장사도 할 겸 세상 물정도 배울 겸 겸사겸사 다니는 것이었다.

작가의 말 

 

프롤로그

보수동 망나니
고서 사냥꾼이 되다
장서쾌와 박서치의 만남
직지를 찾는 네 갈래 길
북한 탐색루트 모색
4·15문학창작단 지도원의 제의
성불사의 두 그림자
박서치의 죽음
취원창 밀회
강명호 구출작전
사라진 꿈
다시 도전하다

에필로그

정다운

 

본명 정대수
진주고교, 경북대 사대, 서울대 신문대학원(언론),
성균관대 대학원(정치학 박사-언론전공)
한국소설가협회 회원, 독립지사 최재형기념사업회 홍보대사(2015~2019)
지구문학 신인상 수상(「역전의 애수」, 2009)
소설집 『낙엽 위에 서린 우수』(2014), 『동토의 탈주자들』(2017) 출간
제6회 직지소설문학상 수상(2018)

경남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광주대 조교수, 서울대,
계명대 강사
한국기자협회 부회장, 국제신문 정치부장, 대한일보,
코리아 타임즈 기자, 광주기독방송 칼럼니스트(1987), 경남일보 칼럼니스트, ‘남강정담’ 담당(2004년), 해운대 장산포럼 대표, 해운대소식 신문 발행인
『신문원론』(역서), 『동유럽의 변혁과 언론의 역할』, 『정치권력과 언론의 관계』 등 저서와 『선동가 노무현, 김대중 둥지에서 날다』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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